내가 자주 보는 유튜브 채널 중에 SOD 라는 채널이 있다. 그 채널에서 광고로 올라왔던 책인데 제목이 너무 도발적이지 않은가? 제목부터가 아주 어그로가 강력하다. 그래서 사서 읽었다. 이 책은 2050년이 될 즈음이면 지구는 사람이 살지 못하는 환경이 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그저 그런 환경론자들의 과장 섞인 비관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와 논리를 담은 정량적인 지표들이 많았다. 과연 지금의 상태로 저 해를 맞이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온도
가장 무서운 것은 온도 그 자체이다. 인체를 이루는 단백질과 효소들은 특정 온도에서 가장 효율이 높다. 그래서 인체는 항상성을 이루어 온도를 상시 섭씨 36.5도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체온이 40도를 넘어가면 혼절할 지경이 되며 42도가 되면 장기가 말그대로 익는다. 수비드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땀을 배출하여 이를 증발시킴으로써 과열된 신체를 냉각시킨다.
그런데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땀의 증발이 원활하지 못하고 오히려 대기로부터 더 많은 열을 흡수하기까지 한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습식 사우나에 갇힌 것이나 다름 없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2도 오르게 된다면 남북 회귀선(남북위 23.5도 선)으로 둘러싸인 지역은 사람이 살 곳이 못 된다. 가장 폭염에 취약한 곳은 당연히 적도 부근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매년 기록적인 폭염이 관측되는 것은 이제는 놀랄 일이 아니게 되었다. 더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그런 지대가 아닌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실제로 이번 여름(2022)에 스페인 피레네 산맥 부근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관측되었고 많은 이들이 고통받았다. 올해의 여름 태양은 유럽을 아주 뜨겁게 내리 쬐었다.
해양
바다의 해조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지구의 생태계에 큰 축을 담당한다. 흔히들 지구의 허파를 아마존이라고 알고 있는데 사실 대양의 해조류들이 실질적인 허파 노릇을 한다. 지상의 수목보다 몇배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광합성을 통해 산소로 전환하는 것이 이들이다. 그런데 해양생태계의 파괴가 그들의 개체수를 줄이고 있다. 높아진 해수온을 비롯하여 불안정한 해류, 원유 누출 등 원인은 다양하다.
또 다른 문제는 해양이 가장 거대한 이산화탄소 저장고라는 사실이다. 기체분자는 액체에 녹는다. 탄산수가 물에 이산화탄소를 녹인 것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이와 같다. 탄산음료를 차갑게 마시는 이유는 차가울 때 기체가 가장 많이 녹아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수온이 높아진다면, 이미 그 안에 녹아있던 이산화탄소들이 대기중으로 배출되게 된다. 즉, 이산화탄소로 인해 높아진 해수온으로 이산화탄소가 더 많아지면서 악순환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위험하다.
또한 해수온이 높아질수록 증발량이 많아질 것이고 그만큼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이 자주 형성될 것이다. 올해도 그렇고 요 근래의 태풍들은 하나같이 강력했다. 십수년 전이었으면 슈퍼 태풍이라 불렸을 이들이 심심하면 만들어져서는 우리에게 찾아온다. 태풍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농경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그리고 인구가 늘어나는 데에 필수적인 것이 바로 식량이다. 그런데 이 식량이 풍부하게 재배되는 곳은 지구상에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가? 프랑스 대평원, 미국 중부 대평원, 우크라이나 대평원. 이 세곳이 전 지구의 식량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주요 곡물에 대해서는 쌀을 제외하고는 거의 독점적이다. 이들 땅이 너무 비옥해서 그렇다.
하지만 작물이 자라는 데에는 비옥한 땅 뿐만 아니라 알맞은 기후 또한 필요하다. 지구의 평균온도가 올라가면 기후대가 변화한다. 어느 지점 이후에는 이전에 비옥하여 농경지로 쓰이던 지대에서 더 이상 작물을 재배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이때가 아마 인류가 가장 고통스러울 시기일 것이다. 풍요에서 다시 빈곤으로 돌아가게 되니 말이다. 식량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고 기근이 발생할 것이다. 이런 경제적 혼란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더운 것은 참아도 배고픈 것은 참지 못하지 않는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이 문제에 대하여 인류가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답은 정해 놓은 상태였다. 내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기술의 획기전인 발전 뿐이다.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것은 이제 무의미하다. 현상유지는 악화일도의 다른 말이다. 탄소를 흡수, 포집하는 기술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그를 위해서 과학 기술에 더 많은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SOD 역시 이것을 역설했다. 사람을 통제하고 강제로 참게 만들어서는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그런 것이 불가능하다.
이 책은 읽는 이들에게 경각심 내지는 종말론적인 공포를 심어 해결책을 찾는 일에 더 몰두하거나 이들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데에는 아주 안성맞춤이라 평가하고 싶다. 공포에 사라 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 종말론적인 공포가 과학기술에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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